어느 추운 겨울날이었다. 고당 조만식 선생은 평소보다 조금 늦게 집으로 가고 있었다. 골목 어귀에 들어서자, 두툼한 가마니때기가 눈에 띠었다. 슬며시 들춰보았다. 그런데 그 안에 사람이 누워 있는 게 아닌가? 고당의 마음은 이 추위에 가마니때기를 뒤집어쓰고 누워 벌벌 떨고 있는 걸인을 보니 칼로 도려내는 듯 아팠다. 그 순간‘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나 걸인을 흔들어 깨웠다. “여보시오. 어서 일어나시오.” 걸인은 갑자기 누군가가 흔들어 깨우는 소리에 깨어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고당이 말했다. “일어나시오. 우리 집에 갑시다. 저녁 식사라도 하고 몸이라도 좀 녹여야 하지 않겠소?” 걸인은 반신반의하면서 고당을 붙잡고 간신히 일어났다. 걸인을 부축하여 집으로 들어가는 고당의 마음은 사뭇 흐뭇했다. 대문간에 당도하여 소리쳤다. “여보, 여기 손님 한분 모시고 왔소.” 집안 식구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고당이 깍듯이 모시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초라하고 지저분한 거지였기 때문이었다. 고당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아, 이 사람이 우리 집 대문 곁에서 쭈그리고 누워 떨고 있지 않겠소. 그대로 두었다가는 꼭 얼어 죽을 것 같아 내 모시고 왔지.” 위 일화는 생명의 말씀사에서 펴낸 [고당 조만식]이라는 책에서 나온 내용입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땅에 떨어치지 않고 몸소 실천한 조만식선생의 용기가 참으로 존경스럽고 부럽기만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접하면 우리 보통 사람은 마음은 있어도 주변에서 어떻게 생각할까 싶어 주변눈치를 살피느라 실천하지 못하고, 집에 데려가면 식구들이 또한, 거지를 데리고 왔다며 짜증을 내고 화를 낼까봐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데 어쩌면 그처럼 천연덕스럽게 데리고 와서 추위에 죽어가는 거지의 생명까지도 사랑하는지... 그 마음과 용기가 더욱 닮고 싶어집니다. 입으로는 사생일신(四生一身)이라고 외치고, 모두가 한 형제이고 한 뿌리라고 외치면서, 또한, 자력이 없는 사람도 내 부모요, 내 형제라는 소태산 대종사님의 가르침을 설파하면서도 주변의 눈치 때문에, 또는 사상과 종교를 달리하기 때문에, 또는 혈육과 지역을 달리하기 때문에, 또는 내가 안해도 다른 사람이 하겠지 하는 방관자적인 자세 때문에 그와 같은 상황들을 피하고 스스로 합리화 한 자신이 무척이나 부끄럽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그러한 일들이 없도록 좀 더 적극적인 자세와 용기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면서 고당 조만식 선생님과 같은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 더 저의 내면에 깊숙히 뿌리 내리기를 갈망하면서 실천력도 함께 할 수 있도록 다짐해봅니다. 우리 소중한 님들!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날이 성큼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이번 다가오는 명절도 온 가족이 웃음꽃 피고 조상님들께 감사를 올리면서 모두가 행복한 설이 되시고 주변의 불우한 이웃에게도 조그마한 사랑의 손길이 함께 하길 염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정천경교무 합장天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