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정영진 기자.최승식]
"이게 무슨 난리 입니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입니다."
28일 오후 8시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동신리 동문마을. 안성천 지천인 조령천 제방 200여m가 붕괴돼 황토물이 마을로 넘쳐 들어오면서 순식간에 '수중마을'로 변했다.
마을 내 가옥 130여 채와 상가 10여 채가 모두 물에 잠겨 지붕만 겨우 보일 정도다. 주민들은 오후 6시쯤 허벅지까지 차올랐다가 2시간 뒤 가옥을 완전 삼켜버렸다고 말했다. 마을엔 정육점의 대형 냉장고와 가재도구는 물론 자동차까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이곳에는 이날 하루 동안 250㎜의 폭우가 쏟아졌다.
마을 주민 360여 명은 제방이 붕괴되기 시작한 오후 4시 집을 빠져나와 고지대로 긴급대피했다. 이들은 시청에서 마련한 버스편을 이용해 안성여중으로 이동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일부 주민들은 이틀 동안 쏟아진 폭우로 안성천 수위가 높아지자 대피 준비를 했지만 대다수 주민들은 경황 없이 집을 빠져나오는 바람에 옷가지 하나 갖고 나오지 못했다.
마을 이장
김경환(43)씨는 "강물이 순식간에 마을을 덮치는 바람에 몸 하나 겨우 빠져나왔다"며 "마을 주민들이 신속히 대피해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주민 최순철(58)씨는 "지은 지 오래된 집이어서 너무 오랫동안 침수돼 있으면 붕괴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비슷한 시각 조령천 인근 월동천 제방(높이 4m) 100m 구간이 붕괴됐으나 하천 옆 325번 지방도가 둑 역할을 해 직접적인 침수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또 평택시 통복동 통복천 배수관 수문이 오작동을 일으켜 강물이 제방을 넘어 인근 도로로 쏟아져 나왔다. 이로 인해 제방 옆 하상도로의 지하차도가 물에 잠기고 인근 가옥 30여 가구와 농경지 1000여 평이 침수됐다. 다행히 주택가가 다소 떨어져 있어 더 이상의 주택침수피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안성시와 평택시는 중장비 20여 대를 사고 현장에 긴급 투입해 제방복구작업을 벌였다. 안성시는 침수된 마을의 물을 빼기 위해 안성시가지 인근 안성천 제방 30m 구간을 터뜨리기도 했다.
평택시 안성천 군문교와 진위천 동연교 일대에 홍수경보와 주의보가 각각 발령돼 주민 27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또 안성시 금광면 현곡리 안성연수원으로 여름수련회를 온 성남지역 초등학생 230여 명이 불어난 계곡물에 고립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안성소방서 소속 119구조대에 의해 2시간여 만에 전원 구조됐다.